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합니다
음악으로 채우는 일상의 힘,
독립마케터 ‘정혜윤’님이 전하는 안녕
당신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음악으로 채우는 일상의 힘,
독립마케터 '정혜윤'님이 전하는 안녕

Life-Log Project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은 많은 걸 알려줍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분명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멋져 보이죠. 하이홈스는 그들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내 취향도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에게도 하이홈스(Hi, Homes)가 다정히 인사를 건네볼게요. 당신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Interviewee

음악으로 채우는,
일상의 힘

Editor’s comment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일 것 같은,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숨 가쁘게 바쁜 일상 속에 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독립 마케터이자 작가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정혜윤’님은 그 답을 음악에서 찾으셨다고 해요. 좋아하는 음악을 일로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 스스로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혜윤님을 보며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직접 만나본 헤윤님은 오히려 ‘제대로 흔들릴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자신을 한정 짓지 않고 ‘좋아함’으로 경계를 넘어 무한히 확장해 나갈 줄 아는 그런 사람이요. 음악을 통해 가장 나다운 일상을 지키고 있다는 혜윤님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도 자신만의 일상 속 리듬을 찾을 수 있는 힌트 하나쯤 얻으시길 바라봅니다.
- Editor. 권지하
Interview
독립 마케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혜윤입니다. 10년 정도 브랜드 마케터로 일을 하다가 2020년부터 주 5일 출근하는 삶에서 독립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현재는 다능인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요즘의 나는 안녕한가요? (안녕(安寧) – 아무탈 없이 편안함)2년 넘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는데요. 가장 주로는 스스로 인생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사이드 프로젝트’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뉴스레터로도 전달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또 프리랜서로 마케팅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작가로 개인 작업도 준비하고 있어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Q.일의 스펙트럼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 중심과 균형을 잡는 노하우가 있나요?독립 후에 확실히 일상의 루틴이 없으니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게 되더라고요. 저만의 공간인 이 ‘융지트’를 가꾸며 여러 가지 루틴이 생겼는데요. 특히 아침 루틴과 하루 한 번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리추얼을 실천하는 게 일상을 잡아주는 큰 힘이 되어주더라고요. 특히 아침 루틴은 정말 간단한데,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이불 정리를 시작하는 거예요. 1분도 안 걸리는 정말 작은 행동이지만 이걸 하고 나면 작은 성취감이 들어요. 특히 침대가 공간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크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도 정리됐다는 느낌이 들고, 작은 성취감을 시작으로 나머지 루틴을 이어서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어떤 목표를 세울 때 저는 제일 첫 번째 단계를 정말 쉽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막막했던 일도 아주 쉽게 첫 시작을 완성할 수 있어서 그 뿌듯함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거든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제 인생의 중요했던 경험은 모두 음악과 맞닿아 있었어요. ‘한국 청소년 리코더 합주단’을 하기도 했었고,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하기도 했어요. 늘 일상 속에서 음악을 접했고, 그게 취향의 씨앗이 되었던 것 같아요.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그러면서 글랜스톤베리 같은 큰 페스티벌에도 가게 되고… 처음부터 그게 어떤 일로 연결될 것 같다던가 생산성을 고려하고 시작한 건 하나도 없어요. 정말 순수하게 좋아서 한 일들이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걸 열렬히 좋아하는 게 능력인 세상이 된 것 같아요. 그냥 좋아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걸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렇게 파고드는 사람에게 색깔이 생기고,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맞닿아 있는 음악을 열렬히 파고들다 보니 지금처럼 저만의 색과 결이 생겼고, 라이프스타일 속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Q.‘스페이스오디티’라는 음악 콘텐츠 회사에서 ‘덕업일치’의 삶을 사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일했고, 또 어떻게 독립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요.스페이스오디티는 제가 여섯 번째로 일한 회사였고, ‘음악’을 중심으로 브랜드 마케터로서 정말 즐겁게 일했던 곳이에요. 다만 일을 좋아하고 잘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갈증을 느끼곤 했어요. 처음에는 이게 저의 콤플렉스이기도 했어요. ‘난 왜 한 곳에 만족을 못 할까, 왜 이렇게 꾸준하지 못 할까’ 하고요. 그런데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에서 ‘다능인’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정말 큰 위로를 얻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건 결국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주 5일 출근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길로 도전해 보는 걸 선택했어요.

지금은 레트로, 빈티지가 유행이지만, 저는 훨씬 오래전부터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마음이 갔어요. LP도 좋아하고, 풍물 시장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취향의 첫 시작을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읽었던 <더 박스카 칠드런>이라는 동화였던 것 같아요. 고아가 된 어린아이들이 숲속에서 발견한 ‘박스카’에서 생활하며 쓰레기 더미 속에서 낡은 물건을 주워와 다시 유용하게 쓰기도 하는 그런 내용인데, 그게 되게 저에게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로망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오래되고, 느리고, 불편한 것들이 좋아요. 제가 하는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업과 살짝 반대의 결을 가지고 있어서 더 저를 흥미롭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취향인 것도 같고요.
Q.나만의 취향을 찾기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법’에 대해 팁을 준다면요?과거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다 좋아하는 게 있잖아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걸 찾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근데 그걸 진짜 깊게 파고 들어보는 걸 추천해요.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이상하게 내 마음이 자꾸 가는 것, 있잖아요. 그걸 디깅(digging: 파고들기) 해보는 건데, 제일 쉽고 좋은 방법은 검색이에요.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며 재밌는 지점들을 찾고 그 정보들의 연결 지점들을 발견해보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세계가 어느 순간 확 넓어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예를 들면, 어떤 뮤지션이 좋아졌고 비틀즈에게 영감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봤을 때 실제로 그랬다는 인터뷰를 발견하면 막 희열이 느껴지는 거죠.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대해 디깅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세계가 넓어지고, 그걸 즐기기 시작하면 훨씬 더 분명한 나의 취향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Q.음악과 함께하는 일상 속 애정하는 아이템, 또는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요?저의 일상은 늘 음악과 함께 하고 있어요. 저의 일상의 힘을 지킬 수 있는 루틴과 리추얼을 함께 하는 소중한 아이템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Lifestyle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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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피커
저의 아침 루틴을 챙겨주는 비서 역할을 해주는 AI 스피커에요. 저는 구글홈 미니 제품을 현재 쓰고 있는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헤이 구글’을 부르면 오늘 하루 일정과 날씨를 브리핑해 주고, 제가 설정해 둔 아침 음악을 플레이하도록 세팅해 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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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스피커
작지만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스피커도 좋아하는 아이템이에요. 저는 보스 사운드링크 마이크로 제품을 쓰고 있는데, 가볍고 튼튼한 데다가 방수 기능이 좋아서 어디서든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덕분에 샤워할 때도 음악과 늘 함께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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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LP 수집도 제 오랜 취미 중 하나에요. 어렸을 때 드라이브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이 차에서 항상 7080 음악을 틀어 주셨었는데, 그때부터 들었던 음악들이 제 취향의 씨앗이 되었던 것도 같아요. 지금 쓰고 있는 턴테이블 제품은 디터람스 브라운 SK61인데, 빈티지로 구매한 제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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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커
스스로를 잘 먹이는 일도 일상을 돌보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이죠. 에어프라이어 기능도 되면서 전자레인지 기능도 되는 비스포크 큐커 상품은 독립생활을 하는 저에게 딱 맞는 상품이에요. 노란 컬러의 예쁜 색감과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딱 하나만 꼽자면, 매일 아침 루틴으로 듣는 <마녀 배달부 키키 OST>인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라는 피아노 곡이에요. 지브리 작품의 세계관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잔잔하면서도 평화롭고 포근한 느낌이라 매일 아침 여는 곡으로 설정해 두었어요. 언제 들어도 좋고,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아서 어쩌면 저의 인생의 OST로 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일명 ‘융플리’라고 부르는 저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갖고 있는데요. 때때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명확하지 않을 때, 기분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며 제 감정을 구체적으로 알아차리기도 해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곡들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갖는 일’도 추천드려요.


쉽게 설명하면 하루 한 곡을 골라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리추얼이에요. 오늘 하루, 내 기분을 돌아보며 직접 선곡한 노래 한 곡을 온전히 듣는 일은 스스로를 보살피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더 좋은 건 이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건데요. 친구나 가족에게도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꼭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들이 있잖아요. 그걸 함께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서로 응원해 주는 메이트들이 생기면서 연대감을 느끼기도 해요. 일종의 집단 테라피 효과를 느끼죠. (웃음) 하루 한 곡 음악을 듣는 습관이 나만의 음악 취향을 찾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나만의 일상 속 리듬을 만들어 주면서 일상을 잡아주는 힘이 되어줍니다. 바쁜 일상 속 짧은 4~5분이지만, 에너지를 충전시켜주고 내면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결국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일을 좋아하는 마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계속 연결되고 싶은 마음으로 새로운 일들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사실 저도 독립한 뒤 막막함과 불안함을 느낄 때도 있었어요. 대신 그럴 때,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하고 방황도 더 절실히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분명한 확신이 있어요. 다만 어디로 어떻게 가게 될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자, 하는 마음도 있고요. 몇 년 전까지는 이런 마음이 너무 불안하게 느껴졌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불안하지 않아요. 아마도 그동안 많은 실패와 선택의 순간들을 겪으며 저도 내공이 쌓인 거겠죠.
Q.2022년이 어느덧 마무리되어 가고 있어요. 올해의 키워드를 꼽아 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연결’이라는 키워드를 더 심화했던 해였어요. 독립 마케터로 제가 혼자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올해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했어요. 제가 원래 알고 있던 친구들과 다양한 계기로 만나게 된 새로운 분들을 연결해 주면서 시작된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있었고요. 운영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도 3명의 크루가 합류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고민도 늘었죠. 제 명함에 ‘네비게이터’라고 적어 두기도 했는데, 저는 제 방식대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아니라 ‘이런 방향도 있다’를 제시해 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그들을 연결시켜주면서 그렇게 저의 세계도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요.
Q.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일들이 있나요?지금 하고 있는 일과,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이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계속 같이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내년의 계획도 키워드로 꼽자면 ‘커뮤니티’와 ‘콜렉티브’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커뮤니티가 중심인데 좀 더 미디어 브랜드로의 방향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리고 ‘사이드 콜렉티브’라는 걸 올해 시작했는데요. 쉽게 말하면 프리 워커들을 TFT처럼 꾸릴 수 있도록 해주는 에이전시 개념이에요. 제가 프리랜서 마케터로 하고 있는 일들을 아카이빙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해서 제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여러 프리 워커들과 크리에이터들의 생각과 활동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계획이에요. 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색깔이 모여있는 그런 공간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