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합니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공간디렉터 ‘최고요’님이 전하는 안녕
당신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공간디렉터 ‘최고요’님이 전하는 안녕

Life-Log Project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은 많은 걸 알려줍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분명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멋져 보이죠. 하이홈스는 그들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내 취향도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에게도 하이홈스(Hi, Homes)가 다정히 인사를 건네볼게요. 당신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Interviewee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Editor’s comment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책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을 처음 봤을 때 무척이나 강렬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어요. ‘집이 정말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인가?’ 너무 당연하고 일상적인 공간이라 생각조차 못 해봤던 거죠. 그래서 더 궁금해졌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지내는 비결에 대해서 말이죠. 제법 찬 공기가 가득한 겨울의 어느 날, 고요님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고요의 집’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아늑함으로 가득했고, 고요님과 나눈 대화는 그보다 더 깊고 진중하고 따뜻했답니다. 정말로 공간은 사람을 담는 곳이고, 주인을 닮아간다는 걸 느꼈어요. 좋은 취향도, 좋은 삶도 결국 속성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겠죠. 고요님이 전해주신 노하우들을 마음에 담고 작은 것부터 바꿔 보려고 해요. 좋아하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요.
- Editor. 권지하
Interview
안녕하세요 저는 ‘탠 크리에이티브’라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최고요라고 합니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라는 책을 썼습니다.
Q.요즘의 나는 안녕한가요? (안녕(安寧) - 아무탈 없이 편안함)네, 저는 주로 의뢰받은 공간을 팀원들과 함께 디자인하는 일을 합니다. 요즘은 주로 사무실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일이 많고, 프로젝트 현장 미팅이나 체크를 위해 외부에 있을 때도 많지요. 그밖에 매주 금요일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에 업로드되는 ‘사물집’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어요. 다음 책도 준비하고 있고요. 안녕하게 지내는 요즘인 것 같아요.
Q.인테리어를 업으로 선택하시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원래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셨나요?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잡지에 나오는 예쁜 집들을 동경했죠. 그러다 호주 시드니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되면서 공간이 주는 다양한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실제 전공은 시각 디자인이었는데, 막연하게 인테리어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결국 디자인이라는 건 모두 연결되는 거니까요.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자취생활을 시작했을 때, 집을 고치는 이야기와 집에 대한 제 생각을 블로그에 썼어요. 자취방이나 전세 집이라고 해도 ‘우리 집’, ‘내 공간’이라고 느끼며 지내고 싶었고, 하루를 살아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때는 집을 가꾸는 일에 대해 ‘나중에 좋은 집으로 이사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일’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어요. 지금은 그래도 인식의 변화가 많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어떤 집에 사느냐는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꼭 큰돈을 들여야만, 엄청난 노동력을 들여야만 내 집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어울리게, 내 취향을 담아 꾸미는 게 중요한 거죠. 다행히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덕분에 관련된 일을 지금까지 해오게 되었네요.
Q.공간을 ‘꾸민다’가 아니라 ‘가꾼다’는 표현을 쓰셨어요. 어떤 의미일까요?‘꾸민다’는 건 공간을 예쁘게 만들어 내는 느낌이라면, ‘가꾼다’는 건 좀 더 정성스럽게 돌보는 일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집을 꾸미는 일’은 왠지 돈이 들 것 같고 물건을 사고 보태야 하는 느낌이라면, ‘집을 가꾼다’는 건 현재 있는 것들에서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더하거나 덜어내는 느낌이랄까요. 집을 가꾼다는 건 사실 스스로의 생활을 돌본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자신이 사는 공간에 관심을 갖는 일은 곧 내가 사는 방식, 나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그걸 정성 들여 돌보는 것이죠.

‘고요의 집’으로 이름 붙인 것 중엔 네 번째 집이에요. 처음으로 아파트에서 살게 됐는데,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구조와 자연과 가까운 아늑하고 조용한 환경이 좋아 선택하게 됐어요. 작지만 귀여운 테라스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거실이 비교적 긴 형태라, 흰 가벽을 세워 뒤 쪽에 선반을 짜 넣고 팬트리처럼 활용할 수 있게 했어요. 가벽에는 스마트 빔을 쏘아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사진, 그림을 띄워 놓는데 덕분에 홈 스튜디오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죠. 집은 바닥은 밝은 오크, 벽은 아이보리톤으로 통일해서 밝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들 밥을 주고 청소와 정리를 한 뒤, 테라스나 거실 테이블에 앉아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게 저의 루틴인데,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Q.고요님의 취향에 대해서 좀 더 소개해 주세요. 어떻게 그런 취향을 가질 수 있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저는 뭐든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을 선호해요. ‘자연스러운 것’은 ‘진정한 것’이나 ‘진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멋진 것, 오래 유지되는 것은 거기서 기인한다고 믿죠.취향은 결국 지속적인 선택으로 훈련된 결과인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청소와 정리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공간을 정리해서 쾌적하게 만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죠. 잡동사니를 주기적으로 정리하거나, 문구점에 가서 예쁜 것을 모으거나 그런 걸 정말 좋아했어요. 그게 다 지금 취향이 만들어지기 위한 훈련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선택하고, 실패도 경험해 보면서, 결국 지금까지 남게 된 것들이 제 취향이 된 거 같아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아직도 저의 취향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Q.고요님의 취향이 담긴, 또 가장 애정 하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저는 물건을 고를 때 아주 오래 쓸 것을 기대하고 골라요. 그리고 내가 가진 것들, 공간과 잘 어울릴지 조화를 생각하며 아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죠. 그렇게 만나게 된 아이템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Lifestyle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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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프로젝터
TV 대신 빔 프로젝터로 거실 가벽 화면을 활용해서 좋아하는 영상이나 음악을 틀어 놓곤 해요. 저는 샤오미미 레이저 프로젝션 제품을 쓰고 있는데, 낮에도 화질이 좋은 편이라 애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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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스 스틱
기분전환이 필요하거나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인센스 스틱을 사용해요.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서 자주 피우기는 어렵고, 창문을 꼭 다 열고 환기에도 주의해서 사용해요.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저희 스튜디오에서 판매하고 있는 LTTC-encens vese 04 제품이에요. 고요하고 편안한 자연의 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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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오피스 체어
서재 공간에서 쓰는 이 의자도 제 애정템이에요. 디자인이 과하지 않고,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써보고 싶은 제품이었는데 좋은 기회에 빈티지로 구매하게 되었어요. 가격은 꽤나 있었지만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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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주물 냄비
나의 일상을 잘 가꿔 나가는 데 나를 잘 먹이는 일도 중요하죠. 맛은 물론 먹고 싶은 비주얼도 신경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가 쓰는 르크루제 냄비 제품은 디자인도 예쁜 데다가 튼튼하고 실용성이 높아서 자주 사용해요. 솥밥을 해먹기도 하고, 따뜻한 국물요리를 하면 먹는 내내 음식이 따뜻해서 좋아요.

일본의 정리수납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한 말이 있어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저 역시도 그 말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물건을 봤을 때 직관적으로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느껴 보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건지 선택하는 연습을 계속해요.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 해도 계속 생각하면서 ‘진짜 좋은 것’만 남길 수 있도록 해요. 이렇게 정리의 기준이 분명하면 물건을 새로 들일 때도 더 신중하게 됩니다.
저는 흔한 소품이나 장식품보다 이야기가 있는 물건들로 공간을 가꾸는 걸 좋아해요. 신발장 위에는 좋은 향을 맡을 수 있도록 디퓨저를 두고, 엄마가 써주신 편지를 액자에 끼워 장식해 두었어요.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에서 오가며 바라보면 좋은 것들을 선별해서 올려 둔 거죠. 이렇게 좋아하는 것만 남기고, 또 하나씩 늘려가면 진짜 나의 집이 되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 같아요. 막연하게 생각하면 떠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좋아하는 장소, 물건, 책, 음악 등을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의 경우는 잘 보이는 곳에 좋아하는 공간의 사진이나 물건의 사진을 붙여두고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정리와 청소를 먼저 하는 거예요. 공간이 예뻐지기 위해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것보다 먼저 물건을 가려내는 걸 먼저 해야 해요. 불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제거하고, 깨끗하고 청소하고 정리 정돈 한 다음 관찰해 보는 거죠. 내 취향에 맞는 물건만 남겨져 있는 건지, 혹시 더하면 나아질 수 있는 게 있을지요.
마지막은 이 공간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활하고 싶은지를 고민해야 해요. 집이라는 공간은 결국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어야 하죠. 어떤 생각을 하고, 주로 무얼 하는지, 생활과 취미, 가치관이 담겨있어야 해요. 결국 집 가꾸기는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으로 시작되는 일이에요.

저는 ‘진짜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보석 이런 이야기가 아니고요. (웃음) 타인의 취향이나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한테 맞고 어울리는 걸 찾는 거예요. 선택하는 일에 굉장히 신중하고, 물건이든 사람이든 평생, 오래 함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오래된 것들이 많아요.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들이죠. 여전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집을 가꾸고 있어요. 나를 닮은 우리 집이 진정성 있고, 따뜻한 공간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좋은 공간, 좋은 삶은 결국 주체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정의 내리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이요.
Q.공간을 가꾸는 취향이 일로도 발전되었죠. 좋아하는 걸 일로 하는 삶은 어떤가요?너무 좋지만 또 너무 힘들어요. 일은 분명 힘들고 잔인한 부분이 있는데, 좋아하기 때문에 더 상처받기도 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 일을 직업으로 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이제는 공간을 가꾸는 일이 소명의식처럼, 내가 하고 살아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제 취향과 스타일에 대해 공감해 주시는 클라이언트 분들의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원하는 게 비슷한 경우가 많아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어요. 발전이 더디다는 느낌도 받지만, ‘탠 크리에이티브’를 시작할 때부터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예전엔 욕심이 많아서 크게, 빨리,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제가 해야하는 방향성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의 색과 결을 지키면서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것, 그게 제겐 가장 중요해요.
Q.공간 가꾸기에 대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또 도전하고 싶은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저는 꼭 반드시 공간이 예쁘거나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요. 화려하고 비싼 물건이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것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가꿔 나갈 수 있다면 그곳은 어떤 모습이든 의미 있는 장소일 거예요. 저 역시도 지금 집을 꾸밀 때 완벽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고, 예쁘게 느껴지더라고요. 단편적인 부분이 아니라, 모든 물건들이 배치된 후 더 조화로운 느낌이 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곳에서 사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좋아요. 사실 먼 미래까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가능하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공간을 남기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 방향과 궤도에서 많이 흔들리지 않고, 많이 달라지지 않고 나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삶의 균형과 중심이 잘 잡혀 있도록, 그렇게요.